EP.026 공급사 상위 10곳이 전체의 6할을 채운다
그린빈 아카이브 공급사 필터를 실측하면 상위 10곳이 전체 2,653종 중 1,536종(57.9%)을, 나머지 43곳이 1,117종(42.1%)을 나눠 가진다. 품절 표기와 등급 체계 불일치도 재가공 없이 그대로 노출된다.
그린빈 아카이브 검색 페이지 왼쪽 필터 패널에는 "공급사" 항목이 있다. 목록 맨 위부터 커피리브레(326)·엠아이커피(175)·커피시스(171)·그린어스커피(142)·세웅지씨(140)·GSC(128)·알마씨엘로(126)·코빈즈(116)·소펙스코리아(108)·에이션빈(104) 순으로 열 곳이 뜨고, 그 아래 "+43개 더"라는 버튼이 붙어 있다. 24번 편에서 다룬 "산지" 필터와는 구조가 다르다 — 산지 항목엔 확장 버튼 자체가 없어 상위 열네 곳으로 끊겨 있었지만, 공급사 항목은 버튼을 눌러 펼치면 나머지 마흔세 곳까지 전부 나온다. 그래서 이번 편은 "숨겨진 걸 찾아낸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화면에 있는 숫자를 그대로 세어 본 이야기다.
상위 열 곳의 등록 종수를 더하면 326+175+171+142+140+128+126+116+108+104 = 1,536종이다. 아카이브 전체 종수는 페이지 하단 카운터 실측으로 2,653종이니, 상위 열 곳이 차지하는 비중은 1,536÷2,653 = 57.9%다. 나머지 마흔세 개 공급사가 남은 1,117종(42.1%)을 나눠 가지는데, 한 곳당 평균 26종이다. 상위 열 곳의 평균(153.6종)과 비교하면 5.9배 차이 — "+43개 더"라는 짧은 문구 뒤에는 대형 유통사 열 곳과 소규모 공급사 마흔세 곳이 5.9배 규모 차를 두고 함께 있다는 뜻이다.
이 비대칭 자체는 문제라기보다 유통 구조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 숫자에 가깝다. 오히려 눈에 띄는 건 그다음이다 — 1위 커피리브레 한 곳(326종)이 하위 스무 곳을 합친 것보다 많을 수 있는 구조에서도, 검색 결과 목록에는 카메룬 소농 원두를 직수입하는 "작은농부커피" 같은 소규모 공급사의 개별 로트가 그대로 섞여 나온다. 최신순 60종 샘플만 봐도 카메룬 원두가 열아홉 종 연속으로 잡혔는데, 전부 한 소규모 공급사에서 등록한 물량이었다. 대형 유통사와 소규모 직수입상이 같은 필터 목록, 같은 카드 레이아웃에서 동등하게 검색된다는 뜻이다.
가격·재고 표기 방식도 짚어볼 만하다. 페이지 최하단에는 "가격·재고는 공급사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매 전 반드시 공급사 페이지에서 최종 확인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아카이브가 실시간 재고 시스템과 연동된 게 아니라, 각 공급사 사이트에서 가져온 스냅샷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힌 문장이다.
이 문구는 말뿐이 아니다. 실제로 목록 안에는 "품절" 태그가 붙은 채로 그대로 남아 있는 상품이 섞여 있다 — 60종 샘플에서만 "과테말라 로스마 H1 내추럴", "페루 핀카 피소나이 게이샤", "과테말라 라 레포르마(La Bonita) 게이샤", "페루 라 루쿠마 게이샤 허니" 네 종이 품절 상태로 검색됐다. 품절 상품을 목록에서 아예 지우는 쪽이 사용자 경험상 더 깔끔할 수 있는데도, 아카이브는 그러지 않고 태그만 붙여 노출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 "검색은 되지만 지금 당장 살 수는 없다"는 사실 자체를 데이터로 남기는 선택이다.
필터를 더 들여다보면 등급 표기에서도 비슷한 태도가 보인다. 가공방식(워시드 1,116·내추럴 648·허니 150·무산소 115·세미워시드 51·웻헐 14)은 공급사 간 표기가 크게 갈리지 않지만, 등급(G1 378·AA 176·SHB 109·G2 84·수프리모 59·SHG 47·G4 45·NY 235·PB 26·AB 24)은 산지별 관행이 그대로 뒤섞여 있다. G1은 에티오피아식, AA는 케냐·카메룬식, SHB는 중미식, 수프리모는 콜롬비아식 표기다 — 같은 "등급" 필터 안에 서로 직접 비교할 수 없는 여러 체계가 나란히 들어가 있는 셈이다.
이건 결함이라기보다 원산지 등급 체계가 국제적으로 통일돼 있지 않다는 현실을 그대로 옮겨온 결과에 가깝다. 아카이브가 이 차이를 하나의 공통 척도로 재가공하지 않고 공급사가 적어 보낸 표기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 24번에서 다룬 산지 필터의 "상위 열네 곳 하드코딩"과는 반대 방향의 선택이다. 그쪽은 UI가 데이터를 잘라낸 쪽이었다면, 이쪽은 데이터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노출해서 일관성 없어 보이는 대가를 감수하는 쪽이다.
정리하면 그린빈 아카이브의 공급사 구조는 대형 열 곳(57.9%)과 소규모 마흔세 곳(42.1%)이 한 화면에 함께 있고, 품절 표기와 가격 변동 가능성을 숨기지 않고 남겨두며, 등급 표기의 불일치도 재가공 없이 그대로 둔다. 세 가지 모두 "정리된 카탈로그"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유통 현황"에 가깝게 만드는 선택들이다. 다만 이번 편에서 확인한 건 화면에 보이는 숫자와 문구뿐이다 — 마흔세 개 공급사 각각이 실제로 어떤 규모의 사업체인지, 이 통계가 며칠 주기로 갱신되는지는 이번 실측 범위 밖이라 다루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