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46 요금제를 없앴다는 페이지는 무엇을 약속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가
하이퍼 로그의 요금제 주소는 이제 후원 페이지로 열린다. 모든 기능이 무료이고 후원은 선택이라는 약속, 그리고 기간·비용 규모·서비스 중단 시 대비책처럼 페이지가 말하지 않는 것을 직접 확인한 문구만으로 나눠 읽었다.
하이퍼 로그의 요금제 주소로 들어가면 가격표 대신 후원 페이지가 열린다. 첫 문장은 "요금제를 없앴습니다."이다.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에서 이런 문장은 쓰기 쉽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한 번 따져 볼 만하다. 이번 글은 오늘 이 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한 문구만 가지고, 그 문장이 무엇을 약속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 나눠서 적어 본다. 앱 안의 실제 화면이나 서버 비용은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그 부분은 추측하지 않는다.
먼저 페이지가 적어 둔 내용이다. "하이퍼 로그의 모든 기능은 무료입니다. 잠긴 기능도, 결제해야 열리는 화면도 없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약속은 두 가지로 읽힌다. 하나는 기능이 가격에 따라 나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화면도 결제 뒤에 숨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무료 체험 기간이나 사용 횟수 제한 같은 조건이 붙는다는 말은 페이지 어디에도 없다. 적어도 이 페이지가 말하는 범위 안에서는 조건 없는 무료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광고에 대한 문장이다. 광고는 검색으로 들어오는 공개 페이지 아래에 작은 배너 하나만 남겼고, 로스팅을 기록하는 화면에서는 전부 뺐다고 한다. 무료 서비스가 어디서 비용을 메우는지 궁금한 사람에게 이 문장은 꽤 구체적인 답이다. 다만 공개 페이지 배너가 실제로 몇 개 달려 있는지, 기록 화면에 정말 하나도 없는지는 이번에 로그인해서 확인하지 않았다. 페이지의 선언을 그대로 옮기는 데서 멈춘다.
세 번째는 후원이 의무가 아니라는 점이다. 페이지는 서버비와 생두 카탈로그 수집에 비용이 계속 든다고 솔직하게 적은 뒤, 도움이 되었다면 그때 보태 달라고 한다. 이어서 "보태지 않아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라고 못 박는다. 후원자에게 혜택을 주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후원을 하면 기능이 더 열리는 방식이었다면 요금제를 없앴다는 첫 문장과 모순이 되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서로 맞물려 있다.
네 번째로 후원 방식은 국내 계좌이체 하나로 안내되어 있다. 입금자명을 남기면 위쪽 띠에 이름의 가운데 글자를 가려서 올려 주고, 드러내고 싶지 않으면 알려 달라고, 그러면 익명으로 표시한다고 한다. 해외 결제나 정기 후원 같은 다른 수단은 이 페이지에 보이지 않는다. 계좌 정보 자체는 이 글에 옮기지 않는다. 필요한 사람은 직접 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광고 문장에서 하나 더 읽을 수 있는 것은 화면을 둘로 나눈 방식이다. 검색으로 들어온 낯선 방문자가 보는 공개 페이지와, 로스터가 실제로 곡선을 보며 작업하는 기록 화면은 쓰임이 전혀 다르다. 기록 화면은 몇 분 동안 불 조절과 온도 변화에 집중해야 하는 자리라서 배너 하나만 있어도 방해가 된다. 광고를 그 자리에서 뺐다는 설명은 적어도 서비스가 어느 화면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보여 준다. 물론 이것도 페이지의 말일 뿐이고, 내가 직접 두 화면을 비교해 본 결과는 아니다.
이제 이 페이지가 말하지 않는 것을 적는다. 첫째, 앞으로도 계속 무료라는 보증은 없다. "없앴습니다"는 과거형이며 미래에 대한 약속이 아니다. 이건 비판이라기보다 모든 무료 서비스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읽기 방식이다. 둘째, 지금까지 후원이 얼마나 모였는지, 서버비가 한 달에 얼마인지에 대한 숫자는 페이지에 없다. 후원을 요청하는 글에서 이런 숫자가 빠지는 것은 흔하지만, 독자가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는다. 셋째,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내 로스팅 기록을 어떻게 가져갈 수 있는지도 이 페이지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그래도 이 선택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있다. 이 사이트는 앞선 글에서 확인했듯이 자기 이론의 한계와 미보정 수치를 스스로 밝히는 편이었다. 요금제 문구도 같은 결이다. 장점만 크게 쓰지 않고 비용이 계속 든다는 사실을 먼저 적었고, 후원을 눌러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미리 말했다. 신뢰는 이런 문장이 쌓여서 생기는 것이지 한 번의 선언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결론은 이렇다. 오늘 기준으로 이 페이지가 약속하는 것은 모든 기능이 무료이며 후원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말하지 않는 것은 그 약속의 기간, 비용의 규모, 그리고 서비스가 멈췄을 때의 대비책이다. 로스팅 기록을 오래 쌓아 갈 사람이라면 무료라는 사실보다 내 기록을 내보낼 수 있는지를 한 번쯤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그 부분은 다음에 직접 확인한 뒤에 다시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