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29 θ_flat와 데드밴드는 이론이 정하지 않은 숫자다
하이퍼 델타 인디케이터의 θ_flat·데드밴드는 물리 공식이 아니라 기계·프로브마다 직접 캘리브레이션하는 값입니다. 화력 제어의 유일한 예외(스톨 +2%)를 가르는 이 두 숫자가 왜 이론이 아니라 로스트 로그의 몫으로 남겨졌는지 확인합니다.
하이퍼 델타 인디케이터는 라이브 로스팅 화면에서 칩 하나로 상태를 알려줍니다. 초록에서 빨강까지 색이 이어지고, 정상·적체·발열·재가속·정체 같은 라벨이 붙습니다. 23번에서 이 칩이 원본 신호가 아니라 판정 결과라는 점을 다뤘지만, 그 판정을 실제로 가르는 두 개의 숫자 — θ_flat과 데드밴드 — 는 아직 다룬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두 숫자는 하이퍼 델타 페이지 전체에서 유일하게 "이론이 정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밝히는 부분입니다.
인디케이터의 처리 과정은 미디언 디스파이크로 튀는 값을 걷어내고, 저지연 EMA로 평활하고, 회귀로 RoR 기울기를 뽑은 뒤, 우선순위 규칙(스톨 최우선)으로 상태를 판정하는 순서로 매초 돌아갑니다. 이 파이프라인의 마지막 단계, 즉 어떤 상태로 확정할지를 가르는 문턱값이 바로 θ_flat(BT 평탄 판정 임계)과 데드밴드(≈0 판정 보류 구간)입니다. 페이지에는 이 두 값이 "칩을 눌러 직접 조정 — 기계·프로브에 맞게 캘리브레이션"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θ_flat이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BT RoR이 이 값 아래로 떨어지면 인디케이터는 "정체(스톨)"로 판정합니다. 그런데 이 판정 하나가 갖는 무게가 작지 않습니다. 03번 규칙 섹션은 "불은 올리지 않는다 — 딱 하나, 스톨일 때만 +2% 예외"라고 못 박습니다. 즉 이 이론 전체에서 화력을 올려도 되는 유일한 순간이 θ_flat이 스톨이라고 판정하는 그 순간입니다. θ_flat을 너무 느슨하게 잡으면 아직 평탄해지지 않은 구간에서도 스톨로 오판해 불필요하게 화력을 올리게 되고, 너무 빡빡하게 잡으면 실제로 정체된 순간에도 스톨 신호가 늦게 뜨거나 아예 안 떠서 그 한 번의 예외 기회 자체를 놓치게 됩니다.
데드밴드는 반대쪽 문제를 막습니다. ET RoR과 BT RoR이 둘 다 0에 가까워지면 화력 제어 맵은 "불확정" 상태로 분류하고 "직전 유지"만 하라고 안내합니다. 값이 0 근처에서 미세하게 흔들릴 때마다 상승·하강 판정이 왔다 갔다 하면 칩 색이 초 단위로 깜빡이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됩니다. 데드밴드는 이 흔들림을 흡수해 판정을 안정시키는 완충 구간입니다. 하지만 이 구간을 너무 넓게 잡으면 실제로 방향이 바뀌는 순간까지 "애매"로 묶여버려 진짜 전환점을 놓칠 수 있습니다.
08번 검증 섹션은 이 두 값의 위치를 정확히 밝혀 놓았습니다. "감열 % 스텝·빈도·θ 임계값·게인 배수 같은 수치는 문헌이 못 주는 값 — 기계·프로브·배치에 의존하는 경험 캘리브레이션이며, 로스트 로그로만 확정됩니다." θ_flat은 이 문장이 가리키는 바로 그 항목입니다. 같은 섹션이 "확립된 것"으로 분류한 항목들 — 에너지 수지 공리, Ranz–Marshall 상관식, Biot 0.48–0.82(원두 내부 온도구배), 코어–표면 약 16°C 같은 값들 — 은 전부 동료심사 문헌에서 온 물리량입니다. θ_flat과 데드밴드는 이 목록에 없습니다. 물리 뼈대는 문헌이 보증하지만, 그 뼈대 위에서 실제로 상태를 가르는 문턱값은 문헌이 줄 수 없다는 것이 이 페이지가 직접 그어놓은 경계선입니다.
이 경계선이 갖는 실질적인 의미는, 같은 "정체(스톨)" 라벨이 기계마다 다른 것을 가리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θ_flat과 데드밴드가 칩을 눌러 조정하는 값이라면, 드럼 로스터 A에서 스톨로 뜨는 상황과 다른 프로브를 쓰는 드럼 로스터 B에서 스톨로 뜨는 상황이 물리적으로 같은 평탄함을 의미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08번의 "VALID SCOPE"가 "드럼식·흡인식 기준 — ET 위치·기종 다르면 보정 필요"라고 명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라벨은 공통이지만, 그 라벨이 뜨는 문턱은 기계마다 달라야 정확합니다.
다만 이 캘리브레이션이 잘못되더라도 인디케이터가 직접 사고를 내지는 않습니다. 05번 섹션은 "표시 전용 — 자동 제어도, 화력 지시도 하지 않습니다. 판단은 언제나 로스터의 몫입니다"라고 분명히 적어 놓았습니다. θ_flat을 잘못 잡으면 칩이 틀린 라벨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그 라벨을 보고 실제로 화력을 올리거나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입니다. 잘못된 숫자의 대가는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 잘못된 정보이고, 그 정보를 걸러내는 마지막 필터도 결국 로스터 자신입니다.
이 글은 하이퍼 델타 페이지에 실제로 적힌 문구 — θ_flat·데드밴드의 정의, 칩 조정 가능 여부, 08번의 확립/미확립 구분, 03번의 스톨 예외 규칙 — 만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조정 화면을 직접 열어 기본값이 몇인지, 슬라이더인지 입력창인지 같은 구체적인 UI 동작까지는 이번 편에서 확인하지 않았고, 확인하지 않은 부분은 서술하지 않았습니다. 이 이론이 스스로 밝히는 정직함은 파이프라인의 정교함이 아니라, 정교함이 끝나고 사용자의 로스트 로그가 시작되는 그 경계를 숨기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