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9 89개 브랜드 지원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다
Hyper Log의 로스터 연결 페이지는 89개 브랜드·249개 모델·189개 "바로 연결"(약 76%)이라는 세 숫자를 나란히 밝힌다. 브랜드는 연결 지원·일부 지원·준비 중 세 단계로 나뉘고, 같은 "일부 지원"이라도 Diedrich(2/5)와 Mill City Roasters(12/13)처럼 실제 비율은 크게 다르다.
Hyper Log 홈페이지에는 "당신의 로스터기, 십중팔구 지원합니다"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걸려 있다. 그 아래 세 개의 숫자가 나란히 놓여 있다. 89개 브랜드, 249개 모델, 그리고 189개 "바로 연결". 처음 이 페이지를 보면 89라는 숫자만 눈에 들어오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하나씩 확인해 보면 이 숫자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세 단계로 쪼개져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연결 방식 자체는 단순하다. 브랜드와 모델만 고르면 통신 설정값이 한 번에 자동으로 입력된다. 로스터기마다 통신 프로토콜, 보율, 포트 설정이 제각각이라 원래는 사용자가 매뉴얼을 뒤져가며 하나씩 맞춰야 하는 일인데, 그 과정을 미리 매핑해둔 셈이다. 가스·압력·흡기온도 같은 부가 센서가 붙어 있는 기종이면 그것도 자동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89개 브랜드 전부가 같은 상태는 아니다. 페이지에서 브랜드 카드를 하나씩 넘겨보면 태그가 세 가지로 나뉜다. "연결 지원"은 그 브랜드의 모든 모델이 온전히 지원된다는 뜻이다. Ambex, Giesen, Coffed 같은 브랜드가 여기 해당한다. "준비 중"은 아직 지원이 안 된다는 뜻이고, "일부 지원"은 그 사이 어딘가 —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어떤 모델은 되고 어떤 모델은 안 되는 상태다.
"준비 중" 태그가 붙은 브랜드 목록을 보면 흥미롭다. Aillio, Hottop, IKAWA, ROEST, Phidget처럼 스페셜티 커피 씬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브랜드들이 여기 포함돼 있다. Arc, Bideli, HB, Hive Roaster, Mugma, Orbiter, Phoenix, Sedona Elite, Titanium, Tostabar까지 합치면 총 15개 브랜드가 "준비 중"으로 남아 있다. 이 브랜드들을 89개 전체 목록에서 빼거나 흐리게 처리하는 대신, 다른 브랜드와 똑같은 크기의 카드로 나란히 세워두고 태그 색만 다르게 붙였다. 아직 안 되는 걸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쪽을 택한 셈이다.
"일부 지원" 태그가 붙은 11개 브랜드를 보면 편차가 크다. Diedrich는 5개 모델 중 2개가 "바로 연결"이고, Probat은 7개 중 4개, Santoker는 11개 중 1개뿐이다. 반대로 Mill City Roasters는 13개 모델 중 12개가 바로 연결돼서 사실상 "연결 지원"에 가깝다. 같은 "일부 지원" 태그라도 브랜드마다 실제 지원 비율은 전혀 다르다는 뜻이다. 정확히 왜 이런 편차가 생기는지는 페이지에 설명돼 있지 않지만, 모델별로 실물을 확보해 통신 프로토콜을 검증한 시점과 범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숫자를 다시 짚어보면, 249개 모델 중 189개가 "바로 연결" — 약 76%다. "십중팔구"라는 표현이 정확히 몇 퍼센트를 가리키는 관용구는 아니지만, 실제 비율이 이 표현과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다는 것도 확인이 된다. 다만 이 비율은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브랜드가 늘어나고 검증이 진행될수록 계속 바뀔 값이다.
이런 방식이 눈에 띄는 이유는, 카탈로그형 페이지에서 흔히 하는 선택과 반대이기 때문이다. 보통은 "일부만 되는" 브랜드나 "아직 안 되는" 브랜드는 목록에서 아예 빼거나 눈에 덜 띄게 처리하는 게 마케팅적으로 유리하다. 89라는 숫자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우면 페이지는 더 깔끔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실제로 로스터기를 사려는 사람, 혹은 이미 로스터기를 갖고 있어서 이 프로그램이 자기 기종을 지원하는지 확인하러 온 사람은 정작 필요한 정보를 못 얻는다. 검색창에 자기 로스터기 브랜드를 쳐봤을 때 "준비 중"이라는 답이 나오더라도, 최소한 그게 지금 어떤 상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브랜드 검색 기능도 그래서 필요했다. 89개를 스크롤로 다 훑어보는 대신 자기 로스터기 이름 몇 글자만 치면 바로 카드 하나가 뜬다. 그 카드에 적힌 숫자와 태그가 곧 답이다. "연결 지원"이면 바로 시작하면 되고, "일부 지원"이면 자기 모델이 "바로 연결" 목록에 포함되는지 한 번 더 확인하면 되고, "준비 중"이면 아직은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안다. 세 단계로 나뉜 태그 하나가 이 모든 걸 대신 말해준다.
지원 브랜드 숫자는 마케팅 페이지에서 가장 부풀리기 쉬운 값 중 하나다. 브랜드 이름 하나만 목록에 올려도 "지원한다"고 셀 수 있고, 실제로 몇 개 모델이 얼마나 검증됐는지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된다. Hyper Log의 로스터 연결 페이지는 그 반대를 택했다. 89라는 큰 숫자 뒤에 249개 모델과 189개 "바로 연결"이라는 더 작고 더 정직한 숫자를 나란히 세워뒀고, 브랜드 카드 하나하나에도 그 브랜드의 실제 상태를 감추지 않고 적어뒀다. 큰 숫자로 시선을 끌고 작은 글씨로 조건을 숨기는 흔한 방식과는 다른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