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2 로스팅 손실률, 원두 무게는 왜 그만큼 줄어드는가
케냐 니예리 배치는 손실률 12.1%, 오전 시그니처 배치는 17.8%로 같은 계정 안에서도 크게 갈렸다. 수분 증발·휘발성분 방출·실버스킨 탈락이 원인이며, 로스팅 정도와 생두 수분함량, 배치 크기가 손실률을 가른다.
로스팅을 시작하기 전 생두 무게를 재고, 로스팅이 끝난 뒤 원두 무게를 다시 재보면 예외 없이 줄어들어 있다. 처음 저울 두 개의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보면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왜 이만큼 줄어드는지, 어느 정도 줄어드는 게 정상인지. 다행히 이 질문에는 감이 아니라 실제 기록으로 답할 수 있다. 계정에 남아 있는 로그들만 봐도 투입량과 배출량이 나란히 기록돼 있어서, 그 차이를 계산하면 배치마다 손실률이 얼마나 됐는지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계정에 쌓인 스무 건의 로그를 하나씩 계산해보면 손실률이 배치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가장 낮았던 쪽은 케냐 니예리 배치 #3으로, 1.4kg을 투입해 1.23kg을 배출해 손실률이 약 12.1%였다. 가장 높았던 쪽은 오전 시그니처 배치 #20으로, 1.8kg을 투입해 1.48kg을 배출해 손실률이 약 17.8%에 달했다. 스무 건 전체를 놓고 보면 대략 12%대에서 18%대 사이에 걸쳐 있었다. (다만 이 로그들은 전부 같은 시각에 기록된 데이터라 실제로 이어서 로스팅한 연속 배치들의 변화 추이는 아니고, 서로 다른 조건의 스냅샷 비교로만 봐야 한다.)
이 손실이 어디서 오는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수분 증발이다. 생두는 보통 수분함량이 10%대인 상태로 들어오고, 로스팅이 끝난 원두는 1~2%대까지 떨어진다. 이 수분이 열을 받아 수증기로 빠져나가는 것만으로도 무게 손실의 대부분이 설명된다. 여기에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화가 진행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여러 휘발성 기체가 방출되는 몫이 더해지고, 1차 크랙을 전후해 원두 표면의 실버스킨(채프)이 벗겨져 떨어져 나가는 것도 무게에 영향을 준다. 세 가지 다 방향은 하나, 무게가 줄어드는 쪽이다.
그런데 왜 배치마다 손실률이 다르게 나타났을까. 첫째는 로스팅 정도다. 배출온도가 높고 로스팅이 더 깊게 들어갈수록 수분과 휘발성분이 더 많이 빠져나가 손실률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앞서 예로 든 오전 시그니처 배치 #20의 배출온도는 205°C로, 케냐 니예리 배치 #3의 208°C와 큰 차이는 아니지만, 로스팅 시간과 투입 온도 조합이 달라 실제로 원두 내부에 머문 열량 자체가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생두 자체의 수분함량이다. 원산지와 수확 후 가공 방식(워시드·내추럴 등), 그리고 생두가 보관된 기간과 환경에 따라 수분함량이 조금씩 다르고, 그 출발점이 다르면 같은 로스팅을 해도 도착점의 손실률이 달라진다. 셋째는 배치 크기와 드럼의 열전달 방식이다. 같은 로스터라도 투입량이 달라지면 열이 원두 전체에 고르게 전달되는 속도가 달라지고, 이는 손실률에도 미세하게 반영된다.
이 숫자를 왜 굳이 로그에 남겨야 하냐고 물을 수 있다. 답은 손실률이 배출온도나 총 로스팅 시간보다 오히려 더 예민한 신호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원두, 같은 프로파일로 로스팅했는데 지난번보다 손실률이 눈에 띄게 낮게 나왔다면, 실제로는 로스팅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거나 생두 자체의 수분함량이 평소보다 높아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반대로 손실률이 갑자기 크게 높아졌다면 과다 로스팅이거나, 생두가 오래 보관되면서 수분이 빠진 상태일 수 있다. 배출온도 하나만 보면 정상 범위 안에 들어와 있어도, 손실률을 함께 보면 놓쳤을 변화를 잡아낼 수 있다.
결국 손실률도 다른 로스팅 지표들과 마찬가지로 정답이 정해진 숫자는 아니다. 커피 업계에서는 흔히 라이트 로스트는 12% 안팎, 다크 로스트로 갈수록 18~20%를 넘기기도 한다고 이야기되지만, 이는 로스터 기종과 원두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대략적인 감각일 뿐이다. 중요한 건 절대적인 숫자를 맞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로스터와 자신이 주로 쓰는 원두로 몇 번을 반복하면서 "이 조합은 보통 이 정도 손실률이 나온다"는 기준선을 직접 쌓아가는 것이다. 그 기준선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뭔가가 달라졌다는 걸 가장 먼저 알려주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