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02 왜 하필 무료인가?
무료로 시작한 이유
Hyper Log 가격 페이지를 열어본 사람이라면 조금 의아했을 수도 있다. 로그 무제한, 원두 관리 무제한, 로스터 머신 등록 무제한, 프로파일 비교 분석, 데이터 내보내기, Factory(로스터리 운영 관리), 커뮤니티 프로파일 공유, 커핑 노트 — 이게 전부 무료 플랜에 포함돼 있다. 유료 플랜이라고 따로 있는 기능이 하나도 없다. 보통 이런 서비스들은 무료 플랜을 "맛보기"로 만들고, 진짜 쓸만한 기능은 유료 플랜 뒤에 숨겨두는 경우가 많은데, Hyper Log는 그 구조 자체를 처음부터 채택하지 않았다.

이유는 앞선 글에서 말한 것과 이어진다. 이건 원래 내가 쓰려고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남에게 팔려고 기능을 나눠 담은 게 아니라 내가 필요해서 만든 기능들을 다 넣었을 뿐이고, 그러다 보니 "이걸 왜 돈 받고 팔지?"라는 질문에 답할 이유가 없었다. 무료가 기본값이었다. 기능을 유료화하려면 오히려 "이 기능을 왜 잠가야 하는가"를 스스로 설득해야 했을 텐데, 그럴 필요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서버는 공짜가 아니다. 로스팅 로그를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계정마다 데이터를 안전하게 암호화해서 보관하는 데는 실제 비용이 든다. 로그 하나하나가 시계열 데이터라서 생각보다 저장 용량도 적지 않고,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이 비용은 계속 늘어난다. 그래서 광고를 완전히 뺄 수는 없었다. 대신 할 수 있는 건 했다. 광고 빈도를 최대한 줄였고, 사용 경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만 넣었다. 로스팅 중에 갑자기 화면을 가리는 광고 같은 건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래도 광고 자체가 거슬리는 사람은 있을 거다. 습관적으로 앱을 켤 때마다 눈에 걸리는 게 싫은 사람도 있고, 유료 결제로 지원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딱 하나의 옵션을 만들었다. 프리미엄, 월 9,900원(부가세 포함). 여기서 바뀌는 건 오직 하나, 광고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뿐이다. 기능은 무료 플랜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흔히 보는 "베이직/프로/엔터프라이즈" 식의 다단계 요금제가 아니다. 두 플랜, 한 가지 차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코드로 보면 더 명확하다. 서비스 안에는 canShowAds = plan !== 'premium'이라는 조건 하나가 있다. 프리미엄이 아니면 광고를 보여준다는, 그게 전부다. 기능을 잠그는 조건문은 어디에도 없다. 코드를 직접 짜는 입장에서 이런 구조가 훨씬 마음이 편하다. 특정 기능 앞에 "이건 유료 사용자만"이라는 분기를 매번 넣어야 한다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였을 것 같다.
가입 자체도 카드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게 해뒀다. 로스터기가 아직 없어도 시뮬레이션으로 5분이면 전체 흐름을 체험할 수 있다. 아직 로스팅을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 "이게 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해서 들어왔을 때, 결제 정보부터 요구하는 건 진입 장벽만 높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커피 커뮤니티는 크지 않고, 다들 이미 여러 도구에 돈을 써본 사람들이다. 원두값, 로스터기값, 여러 유료 소프트웨어 구독료까지 더하면 취미 하나에 들어가는 비용이 결코 작지 않다. 여기에 또 하나의 유료 장벽을 세우고 싶지 않았다. 무료는 그래서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가끔 "언제까지 무료냐"는 질문을 받는다. 답은 간단하다. 지금 이 구조를 바꿀 계획이 없다. 서버 비용은 광고와 프리미엄 구독으로 충당하고, 핵심 기능은 계속 무료로 남긴다는 원칙 자체가 이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왜 무료였는지를 기억하는 한, 이 구조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기능을 하나씩 늘려나가더라도, 그 기능이 무료 플랜에 들어가는지 아닌지를 고민하는 순간 자체가 이 프로그램에는 잘 없다.
Hyper-Δ처럼 나중에 추가된 심화 기능도 마찬가지 원칙을 따랐다. 개발 난이도나 투입한 시간과 무관하게, 라이브 로스팅 화면에 뜨는 인디케이터 자체는 무료로 열어뒀다. 이런 기능일수록 유료화하고 싶은 유혹이 생길 법도 한데, 애초에 이걸 유료 장벽 뒤에 숨기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초보 로스터들이 못 쓰게 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로스터기 없이도 시뮬레이션으로 체험할 수 있게 열어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가격 구조를 단순하게 유지하는 것도 일종의 선택이었다. 복잡한 요금제는 매출을 늘리는 데는 유리할 수 있지만, 그만큼 사용자 입장에서는 "내가 지금 뭘 못 쓰고 있는지"를 계속 신경 써야 한다. 그 피로감을 이 프로그램에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두 플랜, 한 가지 차이라는 구조를 지금도 유지하는 이유다.